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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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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도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눈이 내리면, 저는 눈사람을 만들곤 했습니다. 눈덩이 하나를 굴리고 굴려서 몸통을 완성하고, 또 다른 눈덩이 하나를 굴리고 굴려서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가족들은 눈을 굴리는 일에 취미가 없어서, 우리 집 눈사람은 늘 저의 작품이었습니다. 바깥에서 열심히 눈을 굴리고 있노라면, 손이 무척 시리고 힘도 들었지만, 완성될 눈사람을 기대하는 마음때문에 그 과정이 어렵기보다는 즐거웠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눈을 굴리는 일이 매우 익숙해져서 이제껏 만들어왔던 눈사람 중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눈사람의 정점을 찍은 것 같았던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어른이 돼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 말입니다.

 

생일보다도 더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저는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지만, 산타할아버지의 존재가 크리스마스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서, 선물을 받지 못해도 크리스마스는 제겐 기쁜 날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캐럴을 듣고 반짝거리는 주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제 마음이 행복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제 생일보다 크리스마스가 더 좋습니다. 뭐랄까요. 저는 제 생일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기분입니다. 한때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일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친한 친구의 생일은 정작 까먹고, 일회성에 가까운, 생각보다 깊지 않은 관계를 더 챙기게 될때는 저 자신이 좀 싫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서로 의무감에 의해 챙기게 되는 생일도 싫어졌고 말입니다(이런 걸 보면 정말 성격 한번 유별난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다릅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한 달 내내 기분이 좋고, 당일도 참 행복합니다. 

 

가장 기쁘게 보냈던 크리스마스는 작년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그때는 집에서 직접 애플파이도 굽고 포인세티아 화분도 사서 책상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트리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나에게 애니메이션이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거칠게 요동치던 마음이 잠잠해집니다. 그리고 어떤 부드러운 바람이 제 마음속에 불어옵니다. 때에 따라서는 희망을 품기도 하고 축 처져 있던 마음이 벌떡 일어서기도 합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눈사람과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아름답고 순수합니다. 그리고 즐겁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제 마음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제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느낌 같달까요? 

 

지치고 힘든 날, 그리고 너무 따분한 날에 저는 애니메이션을 봅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특별히 모두가 볼 수 있는 등급으로 되어있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그런 것들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잔상이 남지 않고, 대부분 그자리에서 휘발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대부분 매우 좋은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어떻게 살것인가

사실, 눈사람과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때 이후로,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눈사람을 만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눈사람을 안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직접 만들 만큼 좋아하지도 않게 된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도 이번에는 영 작년만큼 설레고 기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고, 기력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요? 크리스마스에 대해 축소되어버린 제 마음의 크기에 스스로 놀랍니다. 

 

점점 변해가는 제 모습을 봅니다. 동화 나라를 좋아하고 순수함을 쫓던 저는 어느새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저의 본성과 감정을 억누를 때도 많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지만, 여러 가지 시선을 고려하고 상황을 생각해서 마음을 다시 정돈합니다. 특히 저의 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돈을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저의 인생을 한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엘사는 렛잇고를 부르며 진정한 자기의 모습을 드러냈고, 터보는 이산화질소를 마시고는 반달팽이 반자동차가 되어 가장 빠른 달팽이가 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쿵푸팬더의 포는 어떤가요? 결국 용의 전사가 되어 악당들을 물리치지 않았습니까?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닌,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남는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아도 늘 도전하고 위기가 닥쳐오면 그것을 기회로 삼아서 다시 재도약하는 인생 말입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저의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려합니다. 

 

이번 편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예상외로 리뷰를 쓰는 것보다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좀 후련하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니까, 더 멋지게, 신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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